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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닐라 스카이 - 보다 구미를 당기는

공피 2011. 1. 22. 16:06

헐리우드 팝콘 영화를 보다 이런 류의 영화를 처음 만났다고 하셨는데...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오픈 유어 아이즈>를 보며 "내가 어떠한 모습으로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그네들의 행동패턴과 심리, 존재론적인 의문까지 접근하는 이 영화의 놀라운 철학적 해석" 이라고 생각을 하셨다는 데에 경의를 표합니다 ^^;;

 

레드님을 비롯하여 위의 많은 분들이 기분 나빠하시겠지만 저는 <바닐라 스카이> 칭찬 좀 하고자 합니다 ^^ (스프님도 <오픈 유어 아이즈>를 더 좋아하시는데 ==;;) 비평가를 꿈꾸신다는 점에서 이견에 대해 흥미롭게 받아들일 거라 생각하고 글을 쓰겠습니다.

 

저 같은 경우 솔직히 말하면 <오픈 유어 아이즈>를 보며 그 정도까지의 접근은 하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극의 몰입이 떨어져서 일수도 있고(이건 얼마만큼 흥미롭게 엮어 가느냐, 관객을 동조시키게 스토리를 만드느냐와 관련이 있겠죠) <바닐라 스카이>를 먼저 보아서 꿈이라는 결론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습니다. 후자의 이유로 전자의 상황이 됐다기 보단 두 상황 모두 개별로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 레드님 글을 보고 난 후 보는 <오픈 유어 아이즈>는 보다 그런 것들에 대해 중점적으로 살펴보게 될 것 같습니다만, 비교적 최근에 본 작품이라 다시 볼 기회는 좀 나중으로 미뤄야 ㅎㅎ

 

굉장한 스토리를 탄생시킨 원작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저는 대중적인 접근에서 봤을 때 <바닐라 스카이>의 손을 들어 주고 싶습니다. 철학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극의 흥미를 고조시키는 과정에서 생각해보면 <바닐라 스카이>는 대단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오픈 유어 아이즈>를 보며 중간 중간 <바닐라 스카이>에서는 이렇게 했었는데... 라는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어떻게 하면 보다 흥미롭게 만들 수 있을까?"를 연구하는 데 있어서 두 영화의 비교는 상당히 좋은 자료라고 생각합니다. 잘 비교해보시면 <바닐라 스카이>가 보다 매력을 끌게끔 사건이 전개됨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단순히 철학적 내용이 배제된 결과로써 치부해선 곤란하구요.

 

하지만 그 무엇보다 현대 영화는 음악이 절반이지요. 알레한드로는 뮤지션이기도 하기에 본인이 영화 음악을 작곡하고 감독한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죠. 하지만 그것이 재능이자 한계점이라 생각합니다. 선곡은 작곡 감독이 겪는 딜레마이자 자존심 문제입니다. 그래서 그의 영화는 분명 음악에 있어서 한계가 보입니다. 카메론 크로우는 롤링 스톤지의 편집장과 여러 음악 잡지의 비평가로 지냈던 경력이 있습니다. 알고 계신 것과 다르게 제가 알고 있는 바로는 <바닐라 스카이>의 음악은 전적으로 그와 그의 록스타 출신 아내 낸시가 담당했습니다. (보통 그의 다른 영화들도 다 그렇지요.) 크로우는 선곡 능력이 정말 탁월하고 <바닐라 스카이> 역시 음악이 영상 속에 얼마나 맛있게 녹아있는지 모릅니다.

 

영화를 서사로만 평가하던 시대는 이미 옛날에 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특히나 클라이맥스에서 보여주는 구성과 미장센, 음악은 그 영화가 주는 인상과 평가에 지대한 영향을 차지합니다. 이는 무엇을 전달하느냐를 넘어서 무엇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대한 문제이죠. 엘리베이터 씬을 거쳐 장례식 씬 그리고 옥상 엔딩 씬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오픈 유어 아이즈>에서 보여준 다소 '심심한' 클라이맥스에 비해 한 것 재주와 멋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엘리베이터 씬과 장례식 씬은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는 옥상 엔딩 씬의 초석이 됐고 이것이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감정을 효과적으로 끌어올려줬습니다. 'Elevator Beat - Nancy Wilson'와 엘리베이터 뒤로 비치는 바닐라 빛 하늘을 배경으로 담담히 알게 되는 진실이 얼마나 마음을 아리게 만들던 지요.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는 옥상 엔딩씬에서도 인물들의 배치도 그렇고 정신과 의사와의 대화 역시 <공각기동대, 1995>의 청소부 기억주입 사건의 대사를 인용하며 보다 짧지만 보다 쉽고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페넬로페와 톰 크루즈의 대화 역시 클라이맥스에 걸맞게 충분히 낭만적이었기도 했지만 절제의 멋까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분명 <바닐라 스카이>는 관객이 무슨 대사를 원하는지 알고 있고 무슨 대사에 마음이 움직일지 알고 있습니다. <오픈 유어 아이즈>도 극에 있어서 사랑이 전부는 아니더라도 핵심을 차지함은 사실이기에, 클라이맥스에서 애절함이 없음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입니다. <바닐라 스카이>에서 보여준 작별에 비하면 너무 심심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음악의 영향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바닐라 스카이> 엔딩 옥상 씬에서 쓰인 'The Nothing Song - Sigur Ros'는 너무나, 정말 너무나 멋지게 장면에 녹아있어서 감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적어도 저는 영화의 장면을 보며 아름답다고 느껴본 적이 많지 않습니다. 허나 이 장면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톰 크루즈가 뛰어내리려 턱에 올라갔을 때 휘청거리는 화면이 대단히 훌륭했고 떨어질 때의 화면 떨림과 사운드 또한 정말 놀랍도록 잘 만들어졌습니다. 이는 당연히 헐리웃 기술이 뛰어나서였겠지만 <오픈 유어 아이즈>가 보여주는 밍숭맹숭한 떨어지기에 비해 정말 떨어진다는 느낌이 나서 가슴이 아찔했습니다. 또한 떨어질 때 기억의 파노라마를 표현한 몽타쥬 기법은 다소 식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분명한 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낫다 입니다. 박자 역시 구체적으로는 모르지만 기존의 박자와는 달라 색달랐습니다. 물론 음악하고도 잘 어울렸고요.

 

<바닐라 스카이>는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였고 네이버 영화 평점 역시 "<오픈 유어 아이즈>랑 똑같다! 1점 먹어라!" 공세 속에서도 8.80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유지하고 있죠. (<오픈 유어 아이즈> 8.90점) 만약 <바닐라 스카이>가 독립적인 작품으로 존재하였다면 점수로만 따졌을 때 역대 평점 랭크(20위권 안)에도 오를 가능성이 있는 영화입니다.

 

<쇼생크 탈출> <인생은 아름다워> <레옹> 대중적인 입장에서 최고의 영화라 일컬어지는 영화들입니다. 모두 철학적인 얘길 하는 영화는 아니지요. 대중의 입장에서 극이 흥미롭고 몰입도가 높은 영화는 철학적인 접근보다 가치 있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바닐라 스카이>가 철학적인 접근을 배제했다고 해서 이 영화가 원작을 망쳐놓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그것대로, 이것은 이것대로 모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 ㅎㅎ

http://movie.naver.com/movie/board/review/read.nhn?nid=154348

http://movie.naver.com/movie/board/review/read.nhn?st=userid&sword=airkobe&nid=80635



원문: http://blog.naver.com/bobbykeun/130019248580